시놉시스

“빈집의 어둠이 깊어질수록 남자의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짧은 시놉시스

주민들이 모두 떠난 동네의 한 빈집.
피폐한 몰골의 남자는 어둠 속에 혼자 숨어있다.
남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살점 없는 닭뼈를 빨지만 굶주림은 가시지 않는다.
남자가 바닥에 내려놓은 닭뼈는 인형이 돼 남자를 쫓아다니고
남자는 이상한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긴 시놉시스

공사조차 멈춘 재개발 지역이 있다. 빈집이 즐비한 그곳에는 전주인의 흔적만 남아있다. 정지된 듯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화면과 과거 그 자리에 머물던 사람들의 소리가 맞물려 지난 시간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수많은 빈집 중 한 곳에 남자가 머물고 있다. 오랫동안 굶은 남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살점 없는 닭뼈를 빤다. 남자가 한쪽 구석에 잔뜩 쌓아놓은 뼈들은 어느새 인형이 돼 그를 따라다니고, 그는 창문 너머에서 마주한 소녀들과 함께 노는 상상에 빠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소녀를 강간 살해해 경찰에게 쫓기는 범죄자일 뿐이다. 남자는 빈집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들의 인기척에 다시 현실을 깨닫게 되고, 점점 더 집안으로 움츠러든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방 벽에 자신의 욕망을 그리는 것뿐이다. 정작 분출이 끝난 뒤에 남자에게 찾아온 것은 만족감이 아니라 불안감이다. 그는 경찰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어디론가 도망친다.

남자가 사라진 뒤 페이드 아웃된 화면은 한동안 정적이 지속된다. 이어, 남자가 경찰에게 잡혔다는 뉴스 보도과 함께 인트로에서 보여졌던 집들이 차례로 나온다. 그곳은 피해자 소녀의 집이었고, 남자가 머물렀던 곳이었고, 남자가 소녀를 강간했던 곳이었고, 살해했던 곳이었다. 뉴스 소리가 서서히 빠지고 나면, 화면 속에 실재했던 소녀의 소리가 덧입혀진다. 지금 화면 속 그곳은 누군가의 흔적이 남은 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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