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English here)

영화 ‘고스트’ 보기!!

매체 인터뷰
EBS <교육, 화제의 인물> (11.6.29)
연합뉴스, 이정진 “힘있는 영화 하고 싶어” (11.5.13)
경향신문, 정규교육도 안받은 24살 신예감독 ‘칸’에 오르다 (11.5.4)
한겨레신문, 놀이삼아 시작한 영화…이젠 칸에서 부르네요 (11.4.27)

영화제
제64회 칸국제영화제 – 단편 경쟁 부문 (프랑스)
제60회 멜버른국제영화제 – 단편 경쟁 부문 (호주)
제47회 시카고국제영화제 – 단편 경쟁 부문 (미국)
제44회 시체스국제영화제 – 단편 경쟁 부문 (스페인)
제32회 청룡영화상 – 단편 경쟁 부문 (한국)
제31회 캠브리지영화제 (영국)
제25회 리즈국제영화제 (영국)
제23회 앙카라국제영화제 (터키)
제22회 스톡홀롬국제영화제 (스웨덴)
제21회 다키노국제영화제 (루마니아)
제17회 아테네국제영화제 (그리스)
제16회 인디포럼 (한국)
제15회 판타지아 영화제 (캐나다)
제15회 버뮤다국제영화제 (버뮤다)
제12회 이즈미르국제단편영화제 (터키)
제11회 로마독립영화제 (이탈리아)
제11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한국)
제11회 전북독립영화제 (한국)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 –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 작품상 (한국)
제9회 블라디보스토크영화제 (러시아)
제9회 티라나국제영화제 (알바니아)
제8회 아시아국제청소년영화제 – 비전상 (한국)
제7회 프라하단편영화제 (체코)
제6회 런던한국영화제 (영국)
제5회 시네마디지털서울 (한국)
제4회 여성인권영화제 (한국)
제3회 항주아시아영화제 – 특별언급 (중국)
제1회 포스티라 단편영화제 (크로아티아)
제1회 두혹국제영화제 (KRG)
제1회 칼라국제단편영화제 – 연기상 (KRG)
2011 LA 뉴웨이브국제영화제
-특별언급, 최우수미술상, 최우수특수효과상 (미국)

줄거리
주민들이 모두 떠난 동네의 한 빈집.
피폐한 몰골의 남자는 어둠 속에 혼자 숨어있다.
남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살점 없는 닭뼈를 빨지만 굶주림은 가시지 않는다.
남자가 바닥에 내려놓은 닭뼈는 인형이 돼 남자를 쫓아다니고 남자는 이상한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고스트’ 평론

평론가: 장병원

2011년 4월 26일

<고스트>의 연출자 이정진에겐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천성과 맞지 않아 초등학교 때부터 늘 학교를 나오고 싶었다”는 그는 중학교 1학년을 마친 뒤 숙원이던 학교 탈출에 성공한다. “고등학교는 가겠지 라는 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돌아갈 생각이 없었던”지라 반쯤은 학교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아 영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 시절 “놀이 삼아 찍었던 영화 비스무리 한 것들”을 양분 삼아 5편의 단편을 연출했는데, 하나 같이 단일한 스타일로 요약되지 않는 배신과 변신의 산물들이다. 다소간 이단아적으로 보이는 이력의, 이 베일에 쌓인 스물 네 살 감독은 <아바타>와 <트랜스포머> <본> 시리즈에 열광하는, 그래서 “상업영화를 만든다면 철저하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본위의 영화를 찍겠다”고 다짐하는 종잡지 못할 취향의 소유자이다.

미래의 작가 9명이 경합을 벌이는 64회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포함된 <고스트>는 이정진의 이런 기질이 녹은 괴작이다. 영화는 ‘재개발 철거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말하는 철거촌이란 ‘낡은 재래식 가옥을 부순 뒤 그를 대신할 새 아파트가 지어질 곳’이라는 통념적 장소성을 벗어나 있다. 재개발 철거현장에서 벌어진 강간살인. 주민들과 경찰들이 범인 찾기에 골몰하는 와중에 추적을 뿌리친 범인은 표표히 사라진다. 뉴스를 통해 범인 검거 소식이 전해지지만 여전히 동네에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떠다닌다. <고스트>에서 우리는 유령들을 만난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그곳을 파괴한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곳에 은거하는 음산한 유령의 얼굴.

고스트, 2011

<고스트>의 철거촌은 도시 공간의 역학이나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공간이 아니다. 야음을 틈탄 범죄의 창궐처럼 <고스트>는 이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장소의 공기를 예리하게 잡아낸다. 감독이 스탭들에게 돌린 ‘영화의 방향’을 요약한 글에는 ‘기괴-의뭉-모호’라는 모토가 적혀 있다. 이 계시적인 이정표가 말하는 것처럼 <고스트>는 한데 섞이기를 꺼려 하는 이질적 요소들이 뭉뚱그려진 그로데스크의 꼴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게 한 사람이 찍은 것이냐”는 평판을 들었을 만큼 스타일의 일관성을 거부했던 이전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이정진은 단일한 성격화가 불가능한 다성성의 용광로로 영화를 끌고 간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채우는 철거촌의 스틸 몽타주는 실험영화와 다큐의 경계를 서성이며, 강간 살인자가 등장하는 서사의 몸통은 연쇄살인 장르의 클리셰 위에 서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올법한 미로 같은 동네”의 빈집 안에서 뼈다귀 인간이 춤을 추고, 웃자란 제 머리카락처럼 자라나는 욕망을 어쩌지 못하는 남자의 가뿐 숨이 곰팡내 나는 벽지 위에 부려진다.

인물이나 공간에 있어 현실성을 탈색하고 있지만 <고스트>는 실제 사건이 영감을 제공한 이야기이다. 이정진 감독은 “2010년 한 달 간의, 재개발 지역으로 가득 찬 부산 여행” 경험과 부산에서 벌어졌던 강간 살인사건을 겹쳐 놓고 이야기를 구상했다. 무신경이 만연한 버려진 장소에서 발생한 강간과 폭력. 실제 강간 살인이 벌어졌던 장소에서 촬영함으로써 <고스트>는 끔찍한 사건의 뒤안을 상상하도록 충동한다. 일종의 신비감마저 자아내는 공간에 대한 탐사로서 <고스트>는 한 장소의 역사성과 시간성에 대한 주술적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특별히 사운드 활용에 들인 각고가 역력한데, 표현적인 사운드의 사용(예컨대 울부짖는 괴물의 소리처럼 들리는 오프닝 굴삭기 이미지) 과 이미지를 강화하는 설명적인 사운드, 이미지와의 사운드의 충돌과 대위법 등 시청각적 이미지의 조성이 예사롭지 않다.

고스트, 2011

<고스트>는 하나의 끈을 붙잡고 이야기를 쫓아가는 종래의 영화읽기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명백한 현실과 괴이한 초현실이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고스트>의 화법은 영화 내부에서 영화를 조금씩 흠집 내고 망가뜨리기를 주저치 않는다. “스타일이 없고, 어떤 스타일을 만들지 예상을 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일관성”이라고 말하는 이정진은 답습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탈의 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시청각 이미지의 능란한 직조술을 통해 삶의 절단면 만을 보지 않고 이면에까지 말을 걸고자 하는 태도는 이후의 빠른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출연진 및 스태프

출연

남자 – 강태영
소녀 – 진소연

경찰1 – 이강영
경찰2 – 이성철
경찰3 – 박민호

스태프

제작투자 – 이정진 [오골계필름 Real Black Chicken Film]
각본/연출 – 이정진
프로듀서 – 정재근
촬영 – 김선혁
조명 – 최강훈
미술 – 장서희
음악 – 장영규
편집 – 고임표
동시녹음 – 정명훈
사운드 믹싱 – 임종욱
특수효과 – 전건익
시각효과 – 박민용
분장 – 권지은
인형제작 – 김종구
인형조작 – 장 풀로 (JEAN G. POULOT)
스토리보드 – 이정민

연출팀 – 강유진, 김미진, 김민경
제작팀 – 박민호
제작지원 – 문상현, 윤선중
촬영팀 – 조은별, 남달현
조명팀 – 주재형
스태디캠 – 정재근
미술팀 – 이은재
붐오퍼레이터 – 이성철
특수효과팀 – 정상성, 최명선
시각효과팀 – 이찬란
색보정 – 김선혁
해외배급 – Premium Films

작가노트

재개발 지역, 부산

최근 재개발 지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온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 남자는 뉴스 속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재개발 지역에서 한 10대 소녀를 강간 살해한 뒤, 경찰에게 쫓기고 있다. 빈집의 어둠 속에서 잠시나마 숨 쉴 여유를 갖게 된 남자는 다른 세계로 빠져든 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만, 이내 경찰에게 발각돼 또다시 어디론가 도망친다.

이어, 영화 후반부에는 초반부에서 보여졌던 빈집들이 다시 한 번 보여진다. 영화 속 빈집들은 주인공의 모델이 된 한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현장이기도 한데,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적막감만 남은 현장에 다가가는 동시에, 남자의 구겨진 욕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의 지난 단편 영화들이 그랬듯이 이 작품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함을 가지지는 못한다. 누군가의 당부처럼 ‘알거나 이해하는 대상’을 작품으로 만든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다만, 이게 지금 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작은 확신이 나를 이 작업으로 이끌었다.

시놉시스

“빈집의 어둠이 깊어질수록 남자의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짧은 시놉시스

주민들이 모두 떠난 동네의 한 빈집.
피폐한 몰골의 남자는 어둠 속에 혼자 숨어있다.
남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살점 없는 닭뼈를 빨지만 굶주림은 가시지 않는다.
남자가 바닥에 내려놓은 닭뼈는 인형이 돼 남자를 쫓아다니고
남자는 이상한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긴 시놉시스

공사조차 멈춘 재개발 지역이 있다. 빈집이 즐비한 그곳에는 전주인의 흔적만 남아있다. 정지된 듯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화면과 과거 그 자리에 머물던 사람들의 소리가 맞물려 지난 시간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수많은 빈집 중 한 곳에 남자가 머물고 있다. 오랫동안 굶은 남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살점 없는 닭뼈를 빤다. 남자가 한쪽 구석에 잔뜩 쌓아놓은 뼈들은 어느새 인형이 돼 그를 따라다니고, 그는 창문 너머에서 마주한 소녀들과 함께 노는 상상에 빠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소녀를 강간 살해해 경찰에게 쫓기는 범죄자일 뿐이다. 남자는 빈집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들의 인기척에 다시 현실을 깨닫게 되고, 점점 더 집안으로 움츠러든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방 벽에 자신의 욕망을 그리는 것뿐이다. 정작 분출이 끝난 뒤에 남자에게 찾아온 것은 만족감이 아니라 불안감이다. 그는 경찰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어디론가 도망친다.

남자가 사라진 뒤 페이드 아웃된 화면은 한동안 정적이 지속된다. 이어, 남자가 경찰에게 잡혔다는 뉴스 보도과 함께 인트로에서 보여졌던 집들이 차례로 나온다. 그곳은 피해자 소녀의 집이었고, 남자가 머물렀던 곳이었고, 남자가 소녀를 강간했던 곳이었고, 살해했던 곳이었다. 뉴스 소리가 서서히 빠지고 나면, 화면 속에 실재했던 소녀의 소리가 덧입혀진다. 지금 화면 속 그곳은 누군가의 흔적이 남은 빈집이다.